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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푸른 날, 기장의 숲을 거닐다

  • Editor. 정은주
  • 입력 2022.08.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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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부산 기장을 산책했다. 화려한 테마파크와 오션 뷰 카페에 가려져 있는 푸른 숲길 이야기. 

●400년 세월을 이어온 비밀의 숲, 아홉산숲

 

아홉산숲이라니.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귀에 쏙 꽂혔던 이곳. 기장 철마면에 있는 아홉산에 있어서 이처럼 예쁜 이름이 붙었다. 아홉산은 철마면과 일광면의 경계를 이룬 산맥으로 봉우리가 아홉 개여서 아홉산이 되었다고 한다. 

아홉산숲은 이름만 예쁜 것이 아니다. 숲에 깃든 이야기도 훈훈한 감동을 준다. 이 숲의 역사는 무려 4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600년대에 남평 문 씨 일원이 웅천 미동마을에 정착해 살면서 숲을 정성껏 관리하고 돌봐왔다는 이야기가 여러 기록과 구전을 통해 전해진다. 

해방 이후에 숲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생태 현황 조사들이 이뤄졌는데 2004년에는 산림청이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에 지정하기도 했다. 아홉산숲은 몇 년 전까지 제한적으로 관람을 허용했는데 지금은 일반에도 개방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숲을 거닐 수 있다. 숲 산책은 약 1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한 가문이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어 보듬어 온 극진함 덕분에 숲은 여전히 젊고 푸르게 빛난다. 끝이 없는 푸른 길. 아홉산숲은 자박자박 걷기만 해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치유의 힘이 숨어 있다. 아름둥치 나무들이 아낌없이 뿌려대는 초록빛 샤워에 몸을 내맡기고 걷는다. 한 발씩 내딛는 걸음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마음의 때가 말끔히 씻겨 내려간다. 


멋들어지게 자라난 금강송 숲을 지나면 대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라난 또 다른 숲에 닿는다. 어른 팔뚝보다 훨씬 더 굵은 대나무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푸른 대나무 숲에는 묘한 신비감을 주는 차원의 문이 숨어 있다.

이 문을 넘으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다른 차원의 세상이 펼쳐진다.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이민호가  차원을 넘나들던 장소가 바로 이 대나무숲이다. 촬영 세트로 세웠던 기둥을 그대로 남겨 놓아 마치 드라마 속처럼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이 밖에도 <군도>, <달의연인>, <대호> 등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촬영되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면 이내 편백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피톤치드를 많이 뿜어낸다는 말에 숨을 크게 들이시고 내쉰다.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진 느낌에 왠지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숲 말미에 맹종죽 숲이 다시 펼쳐진다.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과 분뇨를 비료로 뿌려주며 보살펴 왔다는 대나무 숲은 정말 놀랄 정도로 멋지다. 맹종죽 단일 숲으로는 국내 최대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이 대나무 숲만으로도 아홉산숲을 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피크닉 차림으로 살랑살랑, 용소웰빙공원


아홉산숲 못지않게 개성적인 이름을 가진 용소웰빙공원. 용소골 저수지 주변으로 습지와 수변 공원이 걷기 좋게 단장되어 있다. 나무 덱 길을 따라 피크닉 차림으로 가볍게 산책할 수 있다.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장소에 벤치와 나무 그네가 놓여 있으며 그 아래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푸른 숲 안에 담긴 저수지는 마치 그림 같다. 뭍에 배 한 척이 묶여 있는데 멋진 포토존이 되어준다.

나무 덱을 따라 걷기 시작한 지 15여 분 정도 되었을까. 저수지 끄트머리에 작은 출렁다리가 보인다. 다리 가운데 서서 저수지를 바라보니 오리 한 마리가 유유히 떠간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마을에 온 듯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바쁠 것도 없는 걸음 쉬어가면 어떠하리. 벤치에 앉아 살랑대며 간지럽히는 바람과 잠시 노닥거린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번지는 미소. 숲길 끝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건졌다. 

 

▶여행 맛집 
화덕 보쌈의 참맛, 대건명가 플래그샵 송정점

숯불로 훈연한 담백하고 쫀득한 화덕 보쌈이 인기인 집. 1인분씩 정갈하게 내오는 상차림에 눈이 먼저 즐거워진다. 도마에 돌돌말은 김치와 육즙 가득한 보쌈, 순대가 세트로 구성되어 나온다. 100% 국내산 돼지 사골만 사용한  돼지국밥도 추천 메뉴다. 부산 곳곳에 매장이 있지만 송정 플래그샵 매장은 본사에서 직접 운영한다. 
 

글·사진 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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