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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푸껫'

  • Editor. 김진
  • 입력 2022.08.11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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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년 만에 태국에 갔다.
낯설었지만 곧 스며들었다.
태국은 오랜 친구처럼 여전히 상냥했다.

 

Phuket

낮에는 머리카락이 얼굴에 미역처럼 달라붙었다. 아침에 바른 선크림은 저녁쯤 목 언저리에 흘러내렸다. 처참한 모습을 하곤 땡모반(수박주스)을 들이키곤 했다. 갑자기 손가락 굵기의 폭우가 하염없이 쏟아지기도 했다. 카페에 앉아 타이 티(Thai Tea) 한 잔을 마시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언제 비가 왔냐는 듯 강한 햇살이 내리쬐었다. 열대 휴양지의 변덕은 드디어 태국 푸껫에 왔다고, 내게 말했다.

화교 영향을 받은 푸껫 타운엔 중국 스타일의 사원이 몇 개 있다
화교 영향을 받은 푸껫 타운엔 중국 스타일의 사원이 몇 개 있다

●어메이징 뉴 챕터, 푸껫


푸껫에서 꼭 가야 할 ‘단 한 곳’을 꼽는다면 푸껫 타운이다. 사찰, 박물관, 시장 등 지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명소가 모여 있으며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풍경은 특별한 감상을 자극한다. 그 배경엔 ‘주석(朱錫)’이 있다. 


아유타야 왕조 시절부터 푸껫에선 ‘주석’이 많이 생산됐다. 19세기 활발하게 주석 광산이 개발되면서 ‘틴 러시(Tin Rush)’가 일어났다. 인근 말레이시아 페낭과 말라카에 살던 화교, 중국 푸젠성의 중국인들이 푸껫으로 대거 이주해 정착했다. 푸껫 타운에서 유독 빨간색과 금색으로 화려하게 꾸민 중국 스타일의 사원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노-콜로니얼 스타일의 건축물
시노-콜로니얼 스타일의 건축물

푸껫 타운에 있는 라농, 탈랑, 디북, 팡아 같은 도로에 가면 말레이시아와 중국의 건축 양식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건축양식이 오묘하게 결합된 ‘시노-콜로니얼(Sino-Colonial)’ 건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약속이나 한 듯 조화롭게 파스텔톤으로 페인트칠을 한 풍경도 미소를 자아낸다. 1층은 상점, 2층은 주거시설로 쓰는 숍하우스 형태의 건물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 하이난에서도 본 적이 있다. 얼핏 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태국의 전통문양을 처마에 새긴다거나, 어느 작은 방식으로든 나름의 태국 정체성을 담았다.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온온 호텔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온온 호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더 비치>의 배경이었던 온온호텔과 시계탑이 있는 옛 경찰서 건물, 노란색의 차터드 은행은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카메라를 꺼낸다.

칵테일과 옷을 함께 파는 가게
칵테일과 옷을 함께 파는 가게

경찰서 로터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사진 명소다. 원색의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내고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건널목을 건너는 모습을 찍기 위해 줄까지 선다. 그중 한 커플이 인상 깊었는데, 남자친구(혹은 남편)는 행색이 허름한 반면, 여자친구(혹은 아내)는 연예인처럼 예쁘게 꾸미고 포즈를 취한다. 남자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앉았다 섰다 누웠다 하며 인생사진을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럴 때 보면 남자친구(혹은 남편)라는 직업은 극한의 영역임에 틀림없다. 

알록달록 어딜 가나 예쁜 푸껫 타운
알록달록 어딜 가나 예쁜 푸껫 타운

이번에 푸껫에 오게 된 것은 태국관광청이 주최한 행사인 ‘어메이징 뉴 챕터(Amazing New Chapters)’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슬로건처럼 지금 태국은 새로운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푸껫의 낡은 것은 견고해졌으며 새로운 것은 스며들었다. 세탁소, 옷 가게, 철물점 사이로 요즘 트렌드를 담은 핸드메이드 공방이나 칵테일 바, 모던한 카페가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은 선베드가 텅텅 비어 있지만 북적거리는 날이 오겠지
아직은 선베드가 텅텅 비어 있지만 북적거리는 날이 오겠지

●푸껫의 향기와 맛


시노-콜로니얼 스타일의 숍하우스 중에서 말레이시아 페낭 스타일로 꾸며 놓은 유명 레스토랑을 찾았다. ‘투 깝 카오(Tu Kab Khao)’는 푸껫 타운에서도 꽤 수준 높은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마주한 깽쏨(Gaeng Som)과 남프릭 꿍시압(Nam Prik Koong Siap)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얼큰하고 칼칼한 깽쏨
얼큰하고 칼칼한 깽쏨
남프릭 꿍시암을 맛있게 먹으면 현지인들이 깜짝 놀란다. 우리 젓갈 맛과 비슷해서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닌데 말이다
남프릭 꿍시암을 맛있게 먹으면 현지인들이 깜짝 놀란다. 우리 젓갈 맛과 비슷해서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닌데 말이다

흔히 태국식 국물 요리하면 얌꿍만 생각했던 내게, 깽쏨은 밤새 술 먹고 난 다음날 쓰린 배를 움켜잡고 마시듯 먹었던 칼칼한 김치찌개의 추억을 일깨워 줬다. 남프릭 꿍시압은 훈연한 작은 새우에 갖은 양념을 버무려 낸 태국식 쌈장이다. 신선한 태국 향채에 남프릭 꿍시압을 조금씩 얹어 먹으면 별 반찬 없이도 밥 한 공기쯤은 쉽게 뚝딱이다. 

푸껫 타운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오랑 전망대
푸껫 타운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오랑 전망대

●푸껫을 감상하는 몇 가지 방법 


‘카오 랑(Khao Rang)’은 푸껫 타운 북서부 산에 조성된 공원이다. 이곳에는 전망대와 레스토랑이 있다. 퉁카(Tung-ka) 레스토랑 겸 카페는 1973년부터 영업을 해왔으니, 까오 랑의 터줏대감 격이다. 커피가 맛있기로 소문난 데다 요리도 저렴하고 맛있어 현지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단다. 해 질 녘 풍경은 이토록 높은 곳까지 찾아온 수고로움을 모두 보상해 준다.


푸껫 타운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해 지는 언덕’이라는 별명을 가진 ‘프롬텝 케이프(Phromthep Cape)’가 나온다. 노을 명소로 유명해서 저녁 6시면 주차장이 꽉 찬다. 날씨가 좋으면 피피섬과 라차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다만 바람이 매우 거세니 짧은 치마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빅 붓다는 종교보다는 전망대나 사진 명소로서의 의미가 훨씬 크다
빅 붓다는 종교보다는 전망대나 사진 명소로서의 의미가 훨씬 크다

푸껫 까따비치에서 서쪽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면 언덕 꼭대기에 흰색 대리석으로 제작된 거대한 불상이 하나 나타난다. 태국에서 3번째로 큰 불상인 ‘빅 붓다(Big Budda)’는 무려 높이가 45m, 폭 25m에 이른다. 완공은 아니고 여전히 공사 중이다. 코로나로 인해 기부금이 모아지지 않아 공사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전히 공사차량이 바쁘게 빅 붓다를 드나든다. 빅 붓다는 종교적인 의미라기보다는, 푸껫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의 목적성이 크다. 푸른 바탕에 새하얀 요트가 점으로 박힌 찰롱 베이와 까론, 까따 해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핑크색 대리석이 아름다운 왓찰롱
핑크색 대리석이 아름다운 왓찰롱

빅 붓다와 더불어 푸껫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사원은 왓찰롱이다. 찰롱(Chalong) 지역에 있는 사원(Wat)이라는 뜻으로, 푸껫에서 가장 큰 사원이면서 가장 많은 현지인들이 기도를 위해 찾는 곳이다. 고딕 양식의 성당처럼 뾰족한 건물은 부처님 사리를 보관한 체디(불탑)다. 안으로 들어가면 부처의 삶을 담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3층까지 올라가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면 공원만큼 잘 가꿔진 경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지금 태국은?
2022년 7월1일부터 태국 입국 요건이 완화되어 여행이 수월해졌다. 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백신접종 완료 증명서(최소 2차 접종) 혹은 여행 출발 72시간 전 받은 PCR 검사 음성 결과 증명서, 혹은 여행 출발 72시간 전 받은 신속항원검사 음성 결과 증명서를 제시하면 된다. 인쇄 또는 디지털 형식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입국 조건은 수시로 바뀌고 있으니, 가장 정확한 정보는 태국관광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글·사진 김진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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