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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 Malta'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2.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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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라임스톤.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를 다녀왔다.

 

●몰타의 미감 

지중해의 중앙 그리고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남쪽, 그곳에 몰타가 있다. 몰타는 작다. 제주도의 6분의 1, 강화도와 비슷한 크기. 이토록 작은 지중해 섬나라는 다시 6개의 섬으로 나뉜다. 그중 사람이 사는 섬은 3곳. 크기 순서대로 몰타섬, 고조섬, 코미노섬이다. 코미노섬에 거주하는 주민은 단 3명이다.

몰타는 화창하다. 지중해성 기후 특성상 365일 중 300일이 맑으며 겨울철 강수량이 많다곤 하지만 춥지 않은 수준이다. 겨울철 평균 낮 기온은 10~15도를 맴돈다. 몰타는 160년 이상 영국의 지배를 받은 국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90%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한다.

여행의 언어로 몰타를 옮기면 휴양이 맞겠다. 비교적 언어가 익숙하고, 지중해가 넘실거리며 연중 화창한 날씨, 마침 물가까지 저렴하다. 그래서 근처 이탈리아 시칠리아, 스페인 마요르카와 같은 집합으로 묶여 신혼 여행자들의 선택지에 오르내리곤 한다. 엄밀히 따지면 몰타는 이들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몰타가 어느 유럽의 휴양지처럼 지중해를 품고 있는 건 맞다. 다만 땅과 돌이 다르다. 지리적으로 시로코(Sirocco)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시로코는 사하라 사막 지대에서 지중해 주변 지역으로 부는 온난 습윤한 바람이다. 시칠리아와 마요르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몰타에는 척박한 단정함이 있다. 넓적한 잎을 가진 나무는 찾기 힘들다. 웬만한 식물은 바닷바람을 못 이겨 땅을 향해 엉겨 붙어 있다. 잎은 날카롭거나 가늘며 예민하고도 치명적이다. 이따금 보이는 이름 모를 꽃들은 마룻바닥에 쏟아진 쌀알처럼 땅 가까이 희게 피어 있다. 

몰타의 색은 가히 이분법이다. 새것처럼 파란 바다와 헌것처럼 노란 라임스톤. 라임스톤은 해안가에서 생선 뼈, 조개, 소라 껍데기 등이 굳어져 만들어진 석회암의 종류다. 몰타의 모든 건축물에는 반드시 라임스톤을 사용해야 한다. 가장 구하기 쉬운 자재이기도 하면서, 몰타 정부가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지중해 덕분에 가까스로 사막은 면한 채도가, 오묘하게 바랜 노란빛이 몰타를 특별하게 만든다. 라임스톤은 몰타의 미감이다.

그렇다고 휴양에만 방점을 찍고 몰타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몰타는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세계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도시다. 카페테리아 반대편에는 바로크 양식 궁전이 있으며 채소가게 갑판 옆으로 노르만 양식 성당이 있다. 지중해를 앞둔 허허벌판에는 하자르 임(Hagar Qim), 임나드라(Mnajdra), 타르시엔(Tarxien) 신전이 있다.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Gobekli Tepe)’가 발굴되기 전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 건축물로 추정돼 온 거석 신전들이다. 고조섬의 기간티야(Ggantija) 신전은 무려 청동기 시대의 구조물로 예측된다. 몰타에서 오래되어 보이는 것들은, 대부분 더 가치 있고 더 오래된 유적인데 흔하고 유난 떨지 않아 평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면밀해진다. 

●몰타섬의 낭만

 

몰타섬은 몰타를 구성하는 6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이다. ‘크다’라는 개념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니까. 몰타섬 어느 곳에서 출발하더라도 바다까지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다만 몰타섬은 교통체증이 잦은 편이다. 섬은 좁은데 차가 많다. 그리고 몰타 사람들, 운전이 거칠다.

몰타의 수도는 발레타(Valleta)다. 발레타는 몰타섬에 있고, 몰타 내에서 부유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발레타 사람들은 몰타 사람들과 구분해 말하곤 한단다. 서울 사람이 모두 강남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발레타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페니키아,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비잔틴, 아랍을 거쳐 예루살렘 성 요한 기사단의 지배를 받았다. 특히 성 요한 기사단은 1530년부터 무려 268년 동안 몰타를 통치했다. 발레타라는 지명은 당시 기사단장의 이름, ‘장 파리소 드 라 발레트(Jean Parisot de la Vallete)’에서 따온 이름이다. 
몰타의 역사에서 몰타인들의 역할은 대부분 엑스트라에서 그친다. 발레타 거리에는 영국의 빨간 공중전화 부스가 있고, 로마와 이스라엘의 잔재가 가득하다. 이것들을 몰타라는 울타리로 아우르는 것이 라임스톤이다. 라임스톤이 요새처럼 둘린 발레타는 건너편 슬리에마(Sliema)에서 잘 보인다. 오후 7시쯤, 오늘의 마지막 해가 라임스톤에 반사되는 순간은 몰타를 여행하며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뽀빠이 빌리지
뽀빠이 빌리지

몰타 역사에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긴 것이 성 요한 기사단인지라, 발레타의 모습에서는 자연스럽게 예루살렘을 연상케 된다. 발레타는 좀비영화 <월드워Z>의 촬영지였는데, 극 중 배경이 예루살렘이었다. 그 정도로 예루살렘과 발레타는 닮아 있다. 색 짙은 몰타는 수많은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데, 가장 최근 작품부터 읊자면 <쥬라기월드: 도미니언>에서 발레타가 등장한다. 누런 장면은 전부 몰타라고 봐도 무방하다. 몰타를 취재할 당시에는 마침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으로 나선 <나폴레옹>을 촬영하고 있기도 했다. 몰타의 옛 수도 음디나(Mdina)는 <왕자의 게임>의 촬영지다. 지금은 잊힌 ‘로빈 윌리엄스’의 <뽀빠이>도 몰타에서 촬영한 영화다. 몰타섬 서쪽에 뽀빠이 촬영 세트장이 남아 있다. 

몰타섬은 좁은 땅에 볼거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박물관’에 비유되곤 한다. 다소 샌님 같은 이미지기도 한데, 그럴 때는 마르사실록크(Marsaxlokk)를 둘러보면 좋다. 혓바닥이 자꾸 입천장에 걸리는 듯한 아랍식 지명을 가진, 몰타 최대의 어촌 마을이다. 일요일마다 선데이 마켓이 열린다. 어부들이 이른 새벽부터 잡아 온 생선을 한가득 깔아 놓고 판매한다.

이 시즌에는 특히 갑오징어가 많이 나는 모양이다. 항구 주변에 정박하고 있는 루쯔(Luzzu)에 먹물이 가득 묻어 있다. 루쯔는 몰타의 전통 어선인데, 이집트의 신 ‘호루스’에 대한 믿음을 담아 배 앞머리에 눈을 그려 넣는다. 마르사실록크 선데이 마켓에 방문할 때는 신발에 유의해야 한다. 긴 시장길을 따라 생선 내장 씻은 물이 줄줄 흐르기 때문이다. 그 물이 바다로 떨어지는 지점에는 어린 정어리가 득실득실하다. 몰타에서 몇 없는 날것의 풍경을 누릴 수 있으며 자박자박 비린 어촌을 걸어 볼 수 있는 곳이다. 언젠가 몰타풍 나무 발코니에 앉아 술에 취할 기회가 생긴다면 발레타보단 이곳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성적이게 낭만적이다.

고조섬 탈믹스타(Tal Mixta) 동굴
고조섬 탈믹스타(Tal Mixta) 동굴

●고지탄의 시간 

몰타 사람을 몰티즈(Maltese)라고 부른다. 견종 ‘말티즈’의 뿌리다. 고조섬은 몰타에 속한 섬이기 때문에 고조에 사는 사람도 ‘몰티즈’가 맞다. 그런데 고조 사람은 ‘몰티즈’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한단다.

고조 사람은 고지탄(Gozitan)이라고 부른다. 고지탄은 몰티즈와 대화도 쉽지 않다고 한다. 사투리가 워낙 심한 탓이다. 제주도를 생각하면 적절하겠다. 고지탄은 몰티즈를 두고 베짱이라고 표현하고, 몰티즈는 고지탄을 두고 개미라고 표현한다. 몰티즈는 돈을 벌어 펑펑 소비하기만 하고, 고지탄은 돈을 벌어 저축만 한다는 것이 서로의 주장이다. 

몰타섬에서 고조섬을 들어가려면 페리를 이용해야 한다. 몰타섬 북쪽에 위치한 치케와(Cirkewwa)항에서 페리를 타고 25분 정도가 소요된다. 고조섬의 굵직한 볼거리로는 더 시타델, 고조 대성당, 솔트판, 타피누 성당이 있다. 그중 더 시타델은 고조의 중심, ‘빅토리아’에 우뚝 솟아 있는 요새다. 고지탄은 ‘발레타’가 아니라 ‘빅토리아’를 수도로 여긴단다. 더 시타델에서는 고조를 둘러볼 수도 있다. 여전히 땅에 엉켜 있는 덩굴, 듬성듬성 초록색 선인장, 라임스톤, 저 멀리 넘실거리는 것은 지중해.

고조섬은 몰타섬보다 더딘 하루가 흐른다. 몰타가 근대라면 고조는 중세의 시간에서 머무는듯한 감각이다. 고조섬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건 기원전 5,000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와 인도에서 바퀴가 발명됐을 때이고, 중국에서 쌀을 처음 재배했을 때다. 고조섬에 있는 주간티야(Ggantija) 거석 신전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1,000년 전에 세운 건축물로 추정된다. 가장 먼저 시작됐지만, 여전히 그 흔적이 선명한 것은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는 표현 말곤 설명할 수 없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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