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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서울 8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2.03.02 09:00
  • 수정 2022.05.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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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좋은,서울 곳곳에서 수집한 8곳의 매력.

●따뜻한 쓸쓸함
하늘가족교회 올리브

 
어떠한 믿음도 없이 살아가는 1인으로서. 그러니까 이곳을 추천하는 건 기독교 신자라서가 아니라 따뜻하게 쓸쓸한 공간이어서다. 신수동에 위치한 ‘하늘가족교회’는 과거 ‘성광교회’라고 불렸다. 성광교회 옆에는 돌 예배당이 있는데, 이곳은 무려 1959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건축적으로 가치가 높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1층은 교육관으로 2층은 카페 올리브(All Live)로 운영된다. 솔직히 카페 내부 인테리어가 세련된 편은 아니다. 예스러운 시계, 아치 모양의 목초 천장, 거기에 대롱대롱 매달린 샹들리에. 세월이 묻어난다. 커피는 또 왜 이렇게 저렴한지, 그런데 맛이 좋다. 꼭 따뜻한 커피를 마셔야 한다. 햇살이 쏟아지는 자리에 홀로 앉아 뜨거운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으면 쓸쓸한데 따뜻하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묘한 한가로움이 있는 공간이다.
 

▶Tip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도 된다. 업무에 지친 상태로 가면 좋다. 이왕이면 오후 반차. 봄이 가장 아름답다. 수국과 장미가 만발한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 28길 46    
가격: 아메리카노 2,500원

●초록 젤리지 타일
키엔호 


성수동에 늘어선 자동차 정비소 사이로 모로코식 초록 젤리지(Zelige) 타일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공간. 키엔호는 이국적인 패턴의 엔커스틱 타일과 빈티지 티크 우드를 사용한 제품을 소개하는 인테리어 회사다. 엔커스틱 타일은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어 전통방식으로 제작되는 수작업 타일을 뜻한다.

성수동 키엔호는 카페보단 쇼룸에 가깝다. 덕분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1층 공간에서도 군데군데 붙어 있는 키엔호 타일을 구경할 수 있다. 2층 공간에서는 최상급 목재인 인도네시아 티크고재 등 인위적이지 않은 물성 그대로를 살린 우드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애초에 목적이 ‘머무를 수 있는 멋’을 위한 공간이어서 지루하지 않다. 사실 커피는 그냥 그런 맛이다. 주말 낮이면 습관처럼 키엔호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앉아서 멍하니 초록 타일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저녁 먹을 때가 된다.

▶Tip  
사람이 그리 붐비지 않는다. 키엔호에 들를 때면 근처 슬로우파마씨(Slow Pharmacy)까지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플랜테리어 쇼룸이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280-24
영업시간: 월~금요일 09:00~18:00, 토요일 09:00~15:00, 일요일 휴무
가격: 아메리카노 4,000원

●부담 없는 솔로
낭만식탁 


머리가 복잡할 때, 종종 홀로 마포새빛문화숲을 걷는다. 마포새빛문화숲은 국내 최초 석탄화력발전소였던 ‘당인리화력발전소’를 공원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한강과 여의도를 바로 볼 수 있어 머리를 식히기 좋다.

천천히 한 바퀴를 돌고 나선 ‘낭만식탁’으로 향한다. 낭만식탁은 일본 느낌이 물씬 나는 소규모 식당이다. 카운터를 빙 둘러 9개의 자리가 있고, 작은 창가 앞으로 3개의 자리가 있다. 메뉴는 덮밥 위주의 한 끼 식사를 주로 다룬다.

추천 메뉴는 우삼겹덮밥. 날계란과 청양고추를 곁들이면 맛있다. 주문시 와사비를 요청하는 것도 좋은 팁이다. 굳이 고즈넉한 이 식당을 홀로 찾는 이유는 부담이 없다. 상수역을 출발해 홀로 생각하며 걸을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감, 고민이 필요 없는 메뉴, 눈치 걱정 없이 홀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까지. 가까운 거리에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다방’도 위치한다. 조금은 느끼하고 올드한 분위기지만 안락하다.

▶Tip  
상수역에서 내려 마포새빛문화숲을 산책 후 낭만식탁에서 식사, 그리고 합정역 쪽으로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면 딱 좋다.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산책 코스다.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 31 1층
영업시간: 월~금요일 11:30~21:30, 토요일 11:30~16:00, 일요일 휴무
가격: 우삼겹덮밥 9,000원, 명란아보카도덮밥 9,500원

●서울 안의 작은 미국
용산공원 미군기지 


낮은 층고 그리고 붉은 벽돌집. 용산공원 미군기지에는 서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집들이 몰려 있다. 용산공원 미군기지는 아직 부분 개방이라 둘러볼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지만, 혼자 팝송을 들으며 걷고 있으면 미국 어느 작은 마을에 여행이라도 온 기분이 든다. 카메라를 지참해도 좋다. 찍을 거리가 무성하다. 곳곳에 야외 벤치가 놓여 있다. 따뜻한 봄철 소곤거리는 바람을 느끼기에 좋다. 실내도 구경할 수 있다.

‘오픈하우스’에서 미군 가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고, 카페로 개조된 집에 앉아 이곳저곳 거닐며 찍어 온 사진을 한 장씩 넘겨 보며 시간을 보낸다. 커플이나 친구와 함께해도 좋지만, 천천히 내 맘대로 누비기엔 솔플(솔로플레이)이 최고다.

▶Tip  
지도상 주소만 믿고 찾아가면 낭패다. 지도의 주소 근처에는 입구가 없다. 서빙고역 1번 출구로 나와 길을 건넌 후 큰길 따라 왼쪽으로 가다 보면 공원 입구가 나온다. 

주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221 
운영시간: 화~토요일 09:00~18:00, 월·일요일 휴무

●한옥 서점의 따뜻함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북적북적한 서대문 영천시장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어느덧 조용한 분위기의 동네 하나가 나온다. 그곳에 한옥책방,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가 있다. 동명의 책을 쓴 작가와 그의 아내가 운영한다. 소설부터 인문학, 아트북, 외서까지 다양한 책 종류를 다룬다. 책을 구매하면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책갈피도 얻을 수 있다.

카페도 겸하고 있다. 덕분에 음료를 홀짝이며 잠시 앉아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서점 구석진 곳에 1인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책에 집중할 수 있다. 참고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서점에서 구매한 책이나 서점의 이름 스티커가 붙은 책들이다. 야외 공간도 있다.

▶Tip  
서점 주변이 시장이라 먹거리도 많다. 책을 읽고 출출하다면 ‘도깨비칼국수’를 추천한다. 단돈 3,000원이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 31-6 
영업시간: 화~금요일 12:00~17:00, 토~월요일 휴무
가격: 아메리카노 4,000원, 사과유자차 4,500원

●노곤한 LP바
오오비  


‘노곤하다’는 오오비(oob)를 위한 형용사다. 공기 중에 퍼지는 나른한 인센스 향과, 은은한 우드톤의 인테리어가 그 근거다. 그중 가장 느긋한 건 역시 음악. LP바답게 주인장의 선곡이 심상치 않다. 새로 발매된 따끈한 LP부터 희귀 음반까지 직접 턴테이블 위에 고루 올려서 틀어 주면, 꿀처럼 끈적한 멜로디가 질 좋은 스피커를 타고 뚝뚝 흐른다. 달콤한 음악은 매장 한쪽에 마련된 LP 청음 공간에서도 들을 수 있다.

혼자라면 창가 자리로. 시원한 통창에 담기는 남영역과 은행나무 뷰가 밀린 생각들을 처리하는 데 꽤나 도움을 준다. 낮엔 카페, 저녁엔 본격적으로 바(bar)의 모습을 갖춘다. 와인, 병맥주, 위스키, 칵테일까지 주류가 다양해 혼술을 즐기기에도 좋다. 그러니 풀어진 마음으로 들어설 것. 음악과 술이 있는데 취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

▶Tip  
가게 앞 웨이팅 리스트를 적는 종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오비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테이블 수는 적은 편. 말소리보다 음악소리가 크길 바란다면 평일을 노리자.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68-1 2층
영업시간: 월~목·일요일 12:00~00:00, 금~토요일 10:00~02:00
가격: 아메리카노 4,500원, 와인(보틀) 3만9,000원부터

●을지로 혼밥러들의 선택
오카구라 라멘 & 이자카야


오후 12시, 을지로의 굶주린 혼밥족들은 오카구라로 모인다. 1층엔 오픈 키친과 다찌석(카운터석)이, 2층엔 테이블석이 마련돼 있다. 보통 혼자라면 다찌석으로 안내 받는데, 혼밥 초보자여도 걱정은 금물!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혼자 온 사람들뿐이라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다.

주 메뉴는 라멘이다. 종류는 총 5가지. 기본 메뉴인 돈코츠라멘이 인기가 제일 많지만, 매콤한 게 당기는 날엔 꼭 우마카라 돈코츠라멘에 손이 간다. 돈코츠라멘의 매운 버전으로, 매운 맛을 3단계로 조절해 주문할 수 있다(첫 끼라면 1단계가 안전하다). 야마토 제면기로 자가제면을 하는 데다 돼지 뼈로 육수도 직접 우리는 덕에 면발은 탱글하고 국물 맛은 구수하다. 기호에 따라 차슈와 계란, 김 등 토핑을 추가할 수 있는데 쫄깃하고 담백한 차슈는 아무리 추가해도 후회가 없다. 면을 다 건져 먹고도 살짝 아쉽다면 방법이 있다. 공깃밥 추가가 무료다. 

▶Tip  
점심에는 라멘 집, 저녁에는 이자카야로 변신한다. 사시미와 꼬치구이, 튀김, 탕류도 절대 실망스럽지 않다. 라멘은 점심과 저녁 가격이 다르다.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11길 26-5
영업시간: 월~토요일 11:30~23:00, 일요일 휴무
가격: 점심 기준, 돈코츠라멘 1만원, 마제소바 1만1,000원

●대도시의 노을섬
노들섬

 
동작구와 용산구 사이. 한강철교를 가운데 두고 한강 위에 떠 있는 섬 하나. 1960~70년대부터 약 50년간 방치되다시피 했던 노들섬은 2019년,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조성됐다. 그러니까 지금의 모습을 갖춘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단 건데, 북 카페인 ‘노들서가’를 비롯해 섬 내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내내 북적이는 걸 보니 어느새 섬의 입지가 단단히 굳어진 듯하다.

서울의 수많은 한강 공원 중에서도 노들섬은 유독 고요하고 외딴 느낌이다. 홀로 배회하기엔 더없이 좋다는 뜻. 북 카페에서 책장을 뒤적이기에도, 한강변에 앉아 물멍을 때리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 특히 늦은 오후, 노들섬은 ‘노을섬’이 된다. 강 건너 펼쳐지는 여의도 스카이라인이 붉게 물들고, 때맞춰 지하철 1호선이 천천히 지나가면, 그때야말로 서울은 가장 낭만적인 도시가 된다. 도시 생활에 지쳤을 때 고요한 피난처가 되어 주는 곳. 

▶Tip  
지난해 8월부터 유료 주차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요금은 최초 30분에 1,000원으로 여타 한강 공원 주차장들과 비슷하지만,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한다. 

주소: 서울 용산구 양녕로 445


글·사진 강화송 기자, 곽서희 기자, 김다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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