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 서린 뜨거운 물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2.02.01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쏟아지는 눈, 묻혀 가는 밤. 노천탕에 웅크려 버틴 한겨울. 
김 서린 안경. 뿌옇게 번졌던, 뜨거웠던 기억에 대하여.

일본 전역에는 수천 개의 온천이 분포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화산지대이기 때문이다. 온천의 종류는 온천수에 함유된 화학성분의 정도에 따라 구분한다. 유황, 산성, 이산화탄소, 함철, 염화물 같은. 일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온천수는 유황온천, 염화물온천, 단순온천이다. 유황온천은 냄새가 지독하고, 단순온천은 이름처럼 단순하다. 염화물온천은 보습에 좋다. 보디로션을 펴 바른 것처럼 감촉이 미끈거린다. 일본의 특색 있는 온천은 동북지방에 많다. 자오 온천, 나루코 온천, 갓산 시즈 온천 같은 곳들. 눈 펑펑 내리던 한겨울, 일본 동북지방을 여행하며 만났던 온천 그리고 료칸 3곳, 김 서린 뜨거운 물을 기억했다.

오치미즈노유 츠타야, 연중 내내 빙하 녹은 물이 흐른다
오치미즈노유 츠타야, 연중 내내 빙하 녹은 물이 흐른다

●갓산 시즈 온천
오치미즈노유 츠타야


‘오치미즈노유 츠타야(変若水の湯つたや)’는 아마가타현 갓산의 시즈 온천(志津温泉)에 위치한 료칸이다. 야마가타현은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겨울철 강설량이 상당히 많은 지역이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멈출 줄을 모르는데, 그렇게 쌓인 눈으로 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을 정도다.

갓산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
갓산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

야마가타현의 대표 명산, 갓산(月山)은 순례자의 산이다. 수행자들이 갓산 순례의 길을 걸으며 참배를 한다. 산세가 너그럽고 고요하다. 갓산은 과거 화산 활동을 활발히 했던 화산이다. 그래서 주변으로 많은 온천이 터진다. 그중 한 곳이 ‘시즈 온천(志津温泉)’이다. 갓산이 담긴 호수를 둘러싸고 곳곳에 료칸이 자리한다. 가로등이 많지 않아 오후 4시가 넘어가면 어둑어둑해진다. 호수에서 첨벙거리는 은어 소리가 마을에 울릴 정도로 고요한 동네다.

저녁 6시가 넘어가면 날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저녁 6시가 넘어가면 날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오치미즈노유 츠타야’는 은어의 첨벙임을 가장 가까이 들을 수 있는 료칸이다.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한 이곳은 35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과거 해마다 순례자들은 갓산에서 참배를 했고, 츠타야 료칸은 이 수행자들이 하루 묵고 가는 작은 여관이었다. 대략 35여 년 전부터 근처 온천수를 찾아 지금의 료칸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료칸 주변으로 계속 물이 흐르는데, 이는 온천수가 아니라 산 정상에서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이다. 365일 눈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1년 내내 물이 흐른다. 츠타야 료칸에는 총 4개의 온천탕이 있다. 남자 대욕탕, 여자 대욕탕, 전세탕 2곳. 어느 곳에서든 호수와 갓산을 볼 수 있다.

죠스이와 국, 반찬. 정갈한 오치미즈노유 츠타야 밥상
죠스이와 국, 반찬. 정갈한 오치미즈노유 츠타야 밥상

료칸을 예약하면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 메뉴는 뒷산에서 나오는 버섯과 채소, 호수에서 나오는 민물고기, 야마가타 소고기가 제공된다. 밥을 대신해 죠스이(ぞうすい)를 내어 준다. 죠스이는 일본식 쌀죽인데, 츠타야 료칸 죠스이는 버섯을 토치로 구워 간장으로 간을 해 올린다. 갓산을 담은 잔잔한 호수에 떨어지는 눈처럼, 요란스럽지 않게 스며드는 맛 그리고 공간이다.

주소: 10, Shizu, Nishikawa-Cho, Nishimurayama-Gun, Yamagata 990-0734, Japan


●자오 온천 
미야마소 다카미야 료칸


야마가타현에서 갓산 다음으로 꼽는 명산은 ‘자오산(藏王山)’이다. 갓산과 마찬가지로 적설량이 많아 여름 스키장으로 사랑받는다. 자오산은 고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특성이 있어 정상 부근에서 ‘스노몬스터’라 불리는 거대한 수빙을 관측할 수 있다. 수빙은 구름, 안개 입자들이 바람에 휩쓸려 나뭇가지에 부딪히며 얼어붙는 현상을 말하는데, 자오는 얼어붙은 수빙에 눈 결정이 추가로 달라붙으면서 두껍고 거대한 백색 기둥을 형성한다. 비교적 착빙이 쉬운 상록 침엽수가 자생하고 있어야 하며,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적설량이 중요해 세계적으로도 진귀한 풍경에 속한다. 

강렬한 유황 냄새가 나는 자오 온천
강렬한 유황 냄새가 나는 자오 온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개인탕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개인탕

수빙만큼 특별한 것이 자오 온천((蔵王温泉)이다. 자오 온천은 1,9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최고의 유황 온천지다. ‘미야마소 다카미야(深山荘 高見屋)’는 자오 온천의 시작을 같이한 료칸이다. 1719년에 지어졌으며 자연적으로 솟는 온천수가 목재 욕조에 담겨 있다. 목재 욕조는 강산성을 띄는 유황 온천을 견딜 수 있도록 야마가타 장인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일왕 가족들이 들러 묵고 갈 정도로 유명하다.

미야미소 다카미야 료칸 온천탕은 전부 목재로 만들었다
미야미소 다카미야 료칸 온천탕은 전부 목재로 만들었다
온천을 하면 장수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장수탕
온천을 하면 장수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장수탕

온천수는 잿빛 감도는 우유색이다. 젖은 나무 냄새와 유황 냄새가 뒤섞여 강렬한 향기를 내뿜는다. 온천수가 강산성 유황 성분을 띄기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을 시 소독액을 칠한 것처럼 따끔거릴 수 있다. 목욕 후에는 반드시 일반 물로 몸을 한 번 다시 씻어내야 한다. 중후한 노포, 시간이 만든 뜨거움이 머무는 공간이다.

주소: 54 Zaoonsen, Yamagata, 990-2301, Japan

유황 온천을 너무 오래할 경우 몸이 따끔거릴 수 있다
자오 온천, 유황 온천을 너무 오래할 경우 몸이 따끔거릴 수 있다

 

●나루코 온천
나루코 호텔 료칸


일본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미야기현, 아키타현, 후쿠시마현, 야마가타현. 총 6개의 현을 ‘도호쿠(道北)’ 지방이라고 일컫는다. 도호쿠 지방의 3대 온천이라면 대부분 아키우 온천(秋保温泉), 이자카 온천, 그리고 나루코 온천((鳴子温泉)을 꼽는다.

나루코 마을에는 온천이 어디서나 흐르고 있다
나루코 마을에는 온천이 어디서나 흐르고 있다

나루코 온천은 실제 화산 폭발로 인해 온천이 땅에서 솟아난 지역이다. 일본에서 체험할 수 있는 온천의 종류는 크게 11개로 분류되어 있는데, 나루코 온천에서는 그중 무려 9개의 수질이 나온다. 마을 내에는 400개에 달하는 원천이 있어 ‘온천 백화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루코의 료칸들은 사용하는 원천수가 따로 있고 각 집마다 효능도 다르다는 뜻이다.

나루코 호텔 료칸 7층에 위치한 족욕탕
나루코 호텔 료칸 7층에 위치한 족욕탕

그중 가장 무난한 곳을 꼽으면 1873년 개관한 ‘나루코 호텔(Naruko Hotel)’이다. 나루코 호텔은 오랜 연식답지 않게 크고 쾌적하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온천수를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7층에 위치한 노천 족탕을 갖춘 객실에서는 나루코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나루코 호텔 각 탕에는 하이쿠 시인 마쓰오 바쇼의 이름을 딴 ‘바쇼탕, 고케시탕’ 등 다양한 이름이 붙어 있다.

갓산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
나루코 고케시 장인, 사쿠라이 아키히로씨의 작업실

‘고케시’는 마을을 대표하는 토산품이다. 남녀 한 쌍의 목각 인형인데, 팔과 다리가 없이 몸통과 머리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19세기 초 도호쿠 지역 온천을 찾던 사람들에게 기념품 정도로 만들어 팔기 시작하며 역사가 시작되었다. 나루코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케시 장인 ‘사쿠라이 아키히로’씨의 작업실이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다. 

주소: 36 Yumoto, Naruko Onsen, Osaki-shi, 989-6823, Japan

황갈색을 띄는 나루코 호텔 료칸의 온천수
황갈색을 띄는 나루코 호텔 료칸의 온천수

 

글·사진 강화송 기자  

키워드

#일본온천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